산사랑(최종덕)
2010. 3. 20. 19:13

'새 집 증후군'의 습격

새 집 입주를 앞두고 많은 고민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고대하던 내 집인데도 설렘은 잠시, '새 집 증후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참 많더군요. 그 당시 돌을 갓 지난 딸아이의 건강이 제일 마음에 걸렸고, 어른까지 이전에 없던 알레르기 질환과 아토피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걱정되었습니다. 나중에는 둘째 아이를 갖는 시점까지 고민할 정도로 '새 집 증후군'이란 게 무서웠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 있잖습니까. 열심히 정보도 수집하고. 예쁜 집보다는 건강한 집으로 꾸미기 위해 노력한 끝에 안전한 집에 입성한 이야기. | |

입주 개시일이 시작되자 설레는 마음에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 살고 싶었지만, '새 집 증후군'의 습격으로부터 좀 더 탄탄하게 맞서고자 입주일을 두 달여 미뤘다. 온 집안 식구가 총동원돼 새 집 독 빼기에 열중해 다행히 작은 피부 트러블 한 번 없이 새 집 입성에 성공했다. 길다고 하면 긴 그 두 달이 가져다 준 행복은 이로 말할 수 없이 크다.
포름알데히드가 0.04ppm이상이면 아토피성 피부염 발생, 0.25ppm이상이면 호흡기 장애시작, 2.0ppm이상이면 눈을 찌르는 듯한 고통이 시작된다고 한다. 새 아파트는 보통 포름알데히드 수치가 0.5ppm이상이며 그래서 5년간 이런 생활을 하면 1만 명 중 14명이 암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암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는 아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이 걱정스러웠다.
새 집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좀 더 편안한 집, 좀 더 깨끗한 집에서 살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제 인간은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의 기로에 섰다. 새 집에 살면서 화학물질과 싸우느냐, 헌 집에 살면서 그 수고를 줄이느냐. ‘새 집 증후군’이란 새 집에서 나오는 화학물질 때문에 일시적으로 눈과 목이 아픈 현상을 말한다. 증상이 악화되면 화학물질 과민증이 된다. ‘새 집 증후군’의 원인은 화학물질이 다량 함유된 건축 자재들에서 비롯된다. 신축 아파트의 실내 공기를 측정해 본 결과 포름알데히드가 기준치보다 2배 이상, 휘발성유 화합물은 산업 현장 기준치의 11배가 넘었다. 이러한 것을 원인으로 하는 '새 집 증후군'에 걸리면 목이 따끔거리고 눈이 아프며, 천식, 비염 등의 증상이 생긴다.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이중창 안에 갇혀 포르말린 범벅 속에서 살게 되는 셈이라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내 가족을 위해, 나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입주 전 두 달 내내 시도 때도 없이 환기하기

4년 전 다큐멘터리 [환경의 역습] 팀과 인터뷰 할 때 담당 PD는 '새 집 증후군'을 막는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은 ‘환기’라고 했다. 입주도 하기 전부터 출퇴근길에 새 집 창문을 열고 닫는 일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 가장 쉽고도 돈 안 드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결론이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 창문 열기는 날씨가 추울수록 게을리 하기 쉽다. '새 집 증후군'이 발병하기 가장 쉬운 계절은 2월. 가을에 이사한 사람들은 겨울이 되면 창문을 꽁꽁 닫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아토피성피부염이나 비염 등을 유발시키는 화학물질들이 집안을 가득 채운다. 입주 예정일 10월 말, 최악의 스케줄이었으나 부지런 떤 결과 공기 청정기 없이 환기만으로도 어느 정도 '새 집 증후군' 기운을 내몰 수 있었다. | |

하루에 30분씩 3회 기본이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말하는 공통 노하우다.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이것만큼 환기에 도움이 되는 건 없다. 반드시 맞바람이 치는 2개의 창문을 함께 열어야 효과가 있어 어지간한 일 아니고서는 아침저녁 새 아파트로 출퇴근하며 두 달 내내 환기를 했다. 서로 맞보고 있는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 아침저녁으로 환기한 것. 공기청정기에서도 화학물질이 나올 수 있다는 학설이 있어 창문을 여는 부지런함을 믿었다.
가구 문을 모두 열어 놓고 환기시킨다 목재 가구의 주원료는 합판, MDF, 원목. 이 세가지 재료 모두 가공할 때 상당량의 합성 접착제와 합성수지, 방부제, 광택제 등을 사용한다. 그래서 애초에 아파트에 옵션으로 들어 있는 마루도 접착식이 아닌 설치식 강화 마루로 교체했다. 가구가 들어올 즈음 붙박이장, 각종 가구의 문과 그 안의 서랍까지도 모두 열어 환기했다. 역시 가구를 들여온 직후 눈이 따끔거리는 증상과 매캐한 냄새가 제일 심했다.
환기와 베이크드 아웃을 반복한다 베이크드 아웃은 하루 8시간 정도 보일러 온도를 고온으로 높여서 집 안을 구워내는 방법이다. 보통 3일 정도 한다는데, 돌 지난 딸아이 걱정에 보름 정도 집을 바짝 구워냈다. 환경을 위해 연료를 아끼는 일도 중요했으나, 이번만큼은 나와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살짝 부려 보았다. 접착제와 시멘트의 독성 등을 건조시켜 그 양을 줄이는 방법으로 단기간 대비 효과가 뛰어나다는데, 역시 환기를 열심히 병행한 것이 성공 비결인 듯. 베이크드 아웃을 하는 밤사이에는 가스레인지 위에 있는 후드와 욕실용 환기팬을 수시로 돌려 강제적인 환기도 병행했다.
푸른 화초들, 새 집 안주인이 먼저 되다

자연 환기, 공기청정기 외에 실내 오염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식물 정화 요법.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연구 발표한 공기 정화 식물 50가지를 참고해 입주 보름 전 화초들과 숯에 새 집을 내주었다. 역시 식물이 가진 힘은 놀라웠다. 이사하는 날 맑은 공기로 우리 모두를 반갑게 맞아 주었으니까. | |

식물은 습도계다 관엽식물이 집의 5~10%를 차지하면 실내 습도가 20~30%올라간다. 예컨대 99m2의 아파트에선 1m 높이의 관엽식물 다섯 그루면 된다. 관엽식물이 적절하게 배치된 집은 60%의 습도가 유지되는데 창가에 일렬로 배치하면 습도가 26% 상승하고, 실내에 흩어 놓으면 12% 높아진다. 그래서 작은 화분을 창가에 일렬로 배치해 놓았고, 그 앞에 대형 화분을 방패막처럼 놓았다.
식물은 온도계다 녹색식물은 습도만 유지하는 게 아니다. 온도도 함께 조절한다. 여름에는 실내 온도를 2~3도 낮추고, 겨울에는 그만큼 높여준다. 베이크드 아웃할 때 걱정이 됐지만, 화초들은 모두 잘 견뎌주었고, 오히려 실내 온도를 높여 베이크드 아웃의 효과를 더 높여주지 않았나 싶다.
식물은 공기청정기다 포름알데히드, 수은 등 중금속을 빨아들이는 식물이 400여 종이나 되는데, 식물이 사람과 달리 중금속을 빨아들이고도 살아남는 것은 중금속을 체액으로 감싼 뒤 세포 내 별도의 공간에 저장하기 때문. 식물은 중금속을 이용해 해충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런 성질에 고마울 따름이다. | |
욕심나는 인테리어 공사 대신 에코하우스를 만들다

돈도 돈이었지만, 새 집을 내 취향대로 고쳐 사는 것을 환경적으로 나쁜 만행이자 낭비라는 생각에 좀 더 쾌적하고도 친환경적인 집으로 꾸미려고 노력했다. 또 입주 후에도 에코 하우스에 대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 |
비싸더라도 친환경 자재 사용 원목 마루가 기본 옵션이었는데 접착식으로 설치하는 게 싫어 설치식 강화 마루로 변경 신청했다. 아이 방과 침실, 온 가족의 생활 공간인 거실에는 친환경 풀을 이용해 종이 벽지로 도배했다.
에너지 효율이 좋은 가전제품 사용 주말 부부로 이사 전까지 친정살이를 했던터라, 처음 살림을 내는 셈이어서 각종 살림살이를 새로 장만해야 했다. 대부분의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소비 효율을 먼저 확인하고 구입했다. 물 소비가 많은 드럼세탁기 대신 일반 세탁기를 구입했고, 아무래도 있으면 사용할 것 같아 환경호르몬이 많이 발생하는 맞벌이 필수품 전자레인지는 아예 사지 않았다.
암 일으키는 전자파, 적극 차단 TV에서 방출되는 전자파 때문에 올챙이의 성장이 닷새나 늦춰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전자파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가전제품을 쓰지 않을 때 반드시 전원 제어 스위치를 누른다. 이 방법은 전력 소비를 줄여 주는 친환경적인 방법이기도. 새 집의 경우 거실 TV장 라인이 한데 묶여 한 번에 전원을 모두 차단하는 스위치가 있어 편리하다.
곳곳에 공기 정화 식물 집 안에서 식물을 키우면 오염물질과 전자파가 줄어들고, 실내 습도를 알맞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잠잘 때는 식물을 옆에 두는 게 좋지 않다고 해서 침실을 제외하고 곳곳에 각종 화초와 작은 허브 화분을 두었다. 인테리어적으로 훌륭한 효과를 준다.
필요 없는 물건은 아름다운 가게 기부
이사 후 물건 정리를 하면서 상태는 괜찮지만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생겼다.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을 신청하니 택배를 이용해 수거해갔다. 나에겐 필요 없어진 물건이지만 누군가에게 소중한 자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우드 블라인드와 롤 스크린 설치 우드 블라인드는 가구처럼 처음엔 냄새가 좀 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은 수시로 먼지 털기 쉬워 설치하길 잘했다는 생각. 먼지 많이 생긴다는 러그는 면으로 구입했더니 자주 물빨래할 수 있어 좋다.
최소한의 가구 어차피 아이 커가면서 짐이 많아지게 마련이라 소파, 붙박이장, 침대, 책장2개. 이렇게 딱 필요한 가구만 구입했다. 열심히 제거한 새 집 독과 새 가구 독을 다시 불러오고 싶지 않아 지금까지도 살림살이를 더 늘리지 않고 있다. 촬영 때문에 우리 집 공간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 휑한 집을 보고 동료가 ‘언제 입주하냐’고 질문할 정도였다. 요즘엔 놀러 오는 친구들이 짐 없는 우리 집을 부러워한다.
곳곳에 숯을 놓다 특히, 새 가구를 들인 공간마다 숯을 가져다 놓았다.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구입했는데 효과는 좋은 편이었다. 따로 덜어 세팅 하는 것도 일이라 그냥 두었는데 의외로 박스 째 놓은 것이 더 깔끔해 보여서 만족하는 중 | |
출처 : 시골로 간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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